글 수 270,171
2005.04.08 12:05:43
18367
2 / 0
배움터
친일규명법’이 누더기가 된 채로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을 바라보며 한나라당은 도대체 이 땅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 심각한 회의를 갖게 됐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 제 나라 팔아먹고 제 동포 등치던 자들의 행각을 밝히는 데에 반대한단 말인가? 특히 황당한 것은 김용균 법사위원장의 발언. 이 법안이 일제 때에 면장을 지낸 제 선친을 욕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한단다.  그게 그렇게도 억울했단 말인가?

정말 억울한 이들은 따로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 ‘보도연맹’ 얘기가 나온다. 보리쌀 배급 타려고 이름 한번 잘못 올린 것도 당시에는 죽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산 사람들이 억지로 시켜서 경례를 붙였다고 한 마을 전체가 떼죽음 당하기도 했다. 이 억울한 사연은 누가 밝혀줄 것인가. 국회에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법’ 역시 좌절되고 말았다. 어느 당 의원들이 반대했겠는가.

동포들 고통받던 시절에 면장질 하며 나 홀로 호강한 분이 ‘친일파’라 불리는 것은 그토록 억울해도, 아무 이유 없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사람들은 별로 억울할 것 없다는 얘기다. 제 나라, 제 겨레를 배반한 자들을 처벌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진상만 규명하자는 데도 반대를 한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죽음을 보상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진상만 규명하자는 데도 반대를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친일 한 자는 처벌하고, 국가폭력의 희생자는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상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안다. 그래서 그 수치스런 사실을 감안해 내놓은 최소한 요구가 진상규명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안 된단다. 이로써 저들이 덮어버리려는 것은 무엇인가? 혈육의 선조들의 더러운 친일행각이요, 이념의 선조들의 잔인한 학살만행이다. 그 후손들의 영광을 위해 진실은 아직 땅에 묻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실은 연속된 하나의 사건이다. 일제 시대에 친일을 하며 제 동포를 착취하던 자들이 해방 후에 대거 반공투사로 변신해 제 동포를 괴롭히지 않았던가.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놀라움은 다른 데에 있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더니, 저들은 저 파렴치와 잔혹극을 저지르고도 반세기 넘도록 권세를 유지해 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 처세의 노하우.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감탄할 만한 것이다.

그 ‘노하우'의 일각은 드러났다. 안풍, 세풍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저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검은 돈을 챙겼다. 게다가 차떼기의 테크닉. 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창의적인가. 이게 이들의 존재미학이다. 친일파를 두둔하고, 학살자를 비호하는 정당이 동시에 가장 부패한 게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 없다. 때문에 친일파 청산은 그저 굴절된 과거를 바로잡는 역사학의 과제로 그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왜곡된 현재를 바로 세우는 사회적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친일파를 두둔하고, 학살자를 비호하는 것은 곧 자기들이 그들의 혈연적, 이념적 후예라 선언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괜히 혐오기피정당으로 전락했겠는가? 심지어 디지털 조선일보에서 행한 설문조사에서조차 60%가 넘는 네티즌들이 한나라당의 해체를 요구했다. 그들이 어떤 이들인가. 보수층 중에서도 각별히 남다른 이들이 아닌가? 그럼 이제 한나라당은 자신이 도대체 이 땅에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여당에게도 대통령이 정해 준 분량인 1/10의 비난을 돌리자. 친일규명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거부되자, 정동영 의장은 뭐 했던가? 잽싸게 독립기념관으로 내려가, 역사를 바로잡는 길은 자기들을 “제1당” 만드는 것뿐이라고 했다가, 어느 할아버지에게 질펀하게 욕을 먹었다. 학살규명법은 어떤가? 여당과 민주당 의원들만 전원 표결에 참가를 했어도 충분히 통과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그들은 어디 갔었나. 노란 잠바 입고 사진 찍으러?
삭제 수정 댓글
2005.04.08 12:05:43
컴퓨터공학과
중복
번호
배움터
제목
글쓴이
공지 공통  경희 광장 이용안내 1
쿠플_알리미
2015-10-28 1534295
공지 공통  홍보글 무통보 이동처리 합니다.
KHUPLAZA
2014-05-01 1611795
291   학교에 영어권 나라에서 온학생들? 2
혜인사랑
2004-03-09 16959
290   테니스 같이 치실 분..^^ 3
혜인사랑
2004-03-09 11642
289   여성학책살게요!!팔아주세요ㅠㅠ 1
여성학
2005-04-08 7810
288   왕따들은 평소에 어디 있나여????? 17
복학
2004-03-09 18175
287   무선설비기사~ 2
세발이
2004-03-08 12327
286   TopGun OST-Hot Summer Nights 3
8con
2005-06-29 11844
285   학교내 버스정류장 1
흐미
2004-03-08 16500
284   요즘 편입학원에... 18
흠흠...
2004-03-08 16348
283   답글은 10장이상에 대처하는 방법... 7
액숀가면
2004-03-08 16093
282   전정분들께 부탁말씀! 6
요요
2004-03-08 18642
  매장당한 두 개의 진실 1
진중권
2005-04-08 18367
280   하고 싶어도 하지마라. 3
바람서리
2004-03-08 16719
279   학교 게시판 글 안읽어지네.. 4
ㅇㅇ
2004-03-07 16099
278   아이티와 세계화 4
강영우(펌)
2004-03-07 62999
277   mbc에서 하는 이슈&이슈 보시는분 1
지금
2005-04-08 14627
276   어이없는이야길지도모르지만(이영애) 15
강태공
2004-03-07 23334
275   낼 심심하신분덜... 7
혜인사랑
2004-03-07 17385
274   이윤선 5
..
2004-03-07 13787
273   언제부터 이거 다시 살아났나요? 6
단군
2004-03-07 13035
272   전자과인디. 3
2004-03-07 20247
271   충격!! MBC PD 수첩 징계 받다!! 4
미디어왓쳐
2004-03-07 17814
270   ㄲ ㅏ아악 꾸 웅~* ㅡ.- 21
강아지라면
2004-03-07 11686
269   이공대와 자연대 몰락? 언론이란 프리즘에 굴절되어 왜곡된 사실(스크롤 압박심함) 1
액숀가면
2004-03-07 48092
268   담배.. 3
망탱
2004-03-07 11453
267   김대영 2
짜파게티
2004-03-07 12824
266   경희대 수원캠은 분교다! 18
surff
2004-03-06 14596
265   900번 버스 정류장 질문요 3
궁굼이
2004-03-06 13024
264   지금 mbc에서 하는 '사실은'이라는거 보신 분.. 4
지금
2004-03-06 12352
263   만원에 사간 냉장고를 6만원에 팔다니... 헉! 4
신갈대학교
2004-03-06 11700
262   우정원의 비리 5
가을하늘
2005-09-09 2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