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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회가 끝나고 난 뒤에는 시민단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왼쪽)와 홍리경 감독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세상에서 가장 좋은 회사인 줄 알았어요.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어요, 공장에 다니지만 급여에서만큼은 자신감이 넘쳤어…”

다큐멘터리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일기장과 함께 시작했다.

지난 8일 저녁 청운관에서 열린 홍리경 감독의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상영회에는 약 50여 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참석했다. 이날 상영회는 우리학교와 사이버대 교수 13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상영 뒤에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반도체 노동자 인권운동 단체인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와 홍 감독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이어졌다. 상영회를 기획한 김진해(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우리 사회와 시대가 가진 아픔들에 대해 학생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개봉한 다큐 <탐욕의 제국>은 고 황유미 씨를 비롯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질병과 장애를 얻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정 공방을 반복하는 피해자들과 유족, 그리고 이들과 함께 행동하는 시민단체 반올림의 이야기를 담았다.

반복되는 사측의 회유와 압력에 맞서 7년 동안 법정에서, 거리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홍 감독은 담담하게 그려냈다. 카메라는 피해 노동자들의 일상과 생각을 따라가며 1,000%의 성과급, ‘초일류 기업’이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를 고발한다. 두터운 방진복을 입고, 유독한 화학 물질을 다루며 일하던 여성 근로자들은 하나 둘씩 일터에서 사라져간다. 뒤늦게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거리로 나서지만 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고, 사망한 노동자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본사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제지당한다. 뇌종양 수술을 받고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의 절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서 홍 감독은 “<탐욕의 제국>을 만들기 전까지는 사회문제에 대해 직접 행동한 적이 없었지만, 이 작품의 감독을 맡게 되면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덕분에 끝까지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들이 다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기억되고,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아직 재판 과정이 더 남아 있고, 비단 삼성반도체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 공장에서도 피해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사를 해야 드러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홍 감독은 대담 끝에서 앞으로 노동자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러한 반도체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최용환(조리·서비스경영학 2008) 군은 “충분히 불편해서, 충분히 좋았던 영화”라며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련 인터뷰 바로보기 : http://me2.do/GxuJGi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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